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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철인하는 시골학교 선생님, 최현범을 소개합니다.
작성자 dalpo28
작성일자 2018-04-04
조회수 2729

나는 철인하는 시골학교 선생님

 



 “03:00:25”

삼척에서의 철인3종경기 올림픽 코스 첫 완주기록입니다. 좋은 기록은 아니지만, 저에게는 아주 뜻깊은 숫자이기도 합니다.

아마 저에게는 첫 도전의 실패가 컸던 만큼 삼척대회에서의 완주가 더 뜻깊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와 비슷한 또래들이나 더 선배님들이라면 그렇듯이 어릴 적 냇가에서, 강가에서 놀며 웬만한 물에선 겁내지 않고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 저였습니다.

하지만 작년 처음으로 출전했던 안동 철인3종대회에서 그 생각은 산산조각이 났었습니다.

매일 출퇴근할 때마다 보던, 항상 보던 그 낙동강이라 만만하게 보였습니다. 멀리서 보기엔 얕고 잔잔할 것 같았던 낙동강 강물이었지만, 물속에서 보는 낙동강은 정반대였습니다. 짙고 깊은 물 속에서 허우적대다 결국 겨우 한 바퀴만 돌고 포기를 했고, 그 실패를 추억 삼아, 교훈 삼아 두 번째로 나간 삼척대회에서는 좀 더 겸손한 마음으로 완주를 꿈꾸었고, 완주 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습니다.

 

 20179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 삼척의 투명한 바다를 가르고, 멋진 풍광의 해변을 달리던 기억이 다시금 떠오릅니다.

출발 신호와 함께 사람들과 부딪히며,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헤치며 정신 없이 수영을 하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물속을 바라보았는데, 삼척의 투명하고 시원한 깊은 물 속에 바닥의 해초, 모래, 바위까지 햇살이 닿아 환하게 보였습니다. 눈부신 바닷속을 수영하는 그 청량감과 시원함은 저의 첫 철인3종경기 완주와 함께 아직도 잊지 못할 생생한 기억으로 가슴 속에 남아있습니다.

 

  저는 현재 전교생이 44명뿐인 안동의 작은 시골 학교에서 근무하는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여기 있는 아이들은 아이들이 살고 있는 이 마을 외에 타지와 도시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제가 여행을 다닌 이야기를 해 주면 관심 있게 듣습니다. 특히 자전거로 국토 종주를 한 이야기, 전국을 다닌 이야기 같은 것들을 들려주면 무척 신기해하며 듣습니다. “우와! 우리 선생님은 안 가본 곳이 없어.” 하며 신성한(?) 대우를 받기도 합니다.

 

 이런 아이들과 함께 올해부터는 아침마다 달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가 기승이고 아이들이 체력이 약한지라 아침에 달리는 거리는 아직은 하루에 500m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반의 목표는 안동에서 서울을 지나, 제주도와 독도를 지나 백두산까지 가는 것입니다. 물론 지도상에서이긴 하지만, 또 매일 조금씩이긴 하지만, 저와 아이들은 우리 국토를 끝에서 끝까지 달리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가끔 아이들이 선생님은 무엇이 제일 좋아요?”라고 물어봅니다.

그럼 철인3종경기라고 대답해 주곤 합니다.

그럼 다시 묻습니다. “그게 뭐예요?”

아이들에게 이 스포츠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주고 나면 모두가 똑같은 질문을 합니다.

에이, 힘들겠다. 그거 왜 해요?”

그럼 또 저의 낙동강에서의 실패의 경험과 삼척에서 완주했을 때의 뿌듯함과 성취감, 그 행복감에 대해 느낀 대로 이야기해 줍니다. 그럴 때면 아이들은 보통 수업시간에는 보여주지 않던 반짝이는 눈으로 집중해서 제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제는 제가 언제 대회 나가는지 대회 이름과 대회 일정을 묻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또 대회를 마치고 나면 잘 다녀왔는지, 기록이 어떤지도, “몇 등 했어요? 1등 했어요?” 하면서 묻기도 합니다. (저는 당연히 순위랑은 거리가 멀지만요..^^;)

 

 원래 저의 취미는 싸이클 이었습니다. 초등학생(그 당시 국민학생) 때부터 쭉 자전거와 인연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본격적으로 싸이클을 타게 되었습니다.

10년 동안 싸이클에만 흠뻑 빠져 있다가 2015년도에 고향 친구들과 함께 재미로 통영 트라이애슬론 대회에 릴레이로 나가보기로 했었습니다. 마침 수영을 좋아하는 친구, 달리기를 하는 친구가 있어 함께 나갔었는데, 대회에 나가서 대회의 분위기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제까지 제가 주로 나갔던 싸이클 대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습니다.

대회는 전날부터 가족과 함께, 팀과 함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축제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경기 당일 마지막 달리기 주로의 결승선 앞에서 우리 팀, 상대 팀 가리지 않고 모든 선수들을 끝까지 함께 응원해 주는 그 분위기는 제가 한눈에 철인3종경기에 빠져들게 하는데 충분했습니다.

그때부터 철인3종경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제는 시간을 쪼개 틈틈이 운동하며 대회도 즐기게 되었습니다. 주변 동료 교사들이나 아이들에게도 이 스포츠에 대해 말할 때는 뿌듯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우리 시골 학교 아이들에게도 운동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운동하는 습관으로 건강을 챙기며, 더불어 포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 그리고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그 성취감 등 마치 우리 인간의 삶을 축소해 놓은 듯한 이 스포츠의 매력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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